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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브스카이트' 세계 최고 기술 보유 한국...상용화 지원은 '초라'


<(왼쪽부터) 김철중 SK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부문장, 김준 부회장, 우성훈 아모지 CEO, 이성준 환경과학기술원장.>


화합물의 결정이 정육면체 모양(단순입방구조)으로 생긴 물질인 페로브스카이트는 태양전지와 디스플레이의 차세대 소재로 꼽힌다. 해외 학계와 산업계가 앞다투어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페로브스카이트 원천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정작 상용화를 위한 투자와 인재 유입은 해외와 비교해 '낙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술 수준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 해외 벤처에 대한 투자 규모와 인재 유입 모두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한국에 비해 해외 벤처들이 대규모 투자와 연구인력을 통해 발빠른 상용화로 시장을 선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과학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연구진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와 디스플레이에서 각각 세계 최고 효율을 갱신했다. 석상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특훈교수 연구팀은 지난 1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효율 26.08%를 달성했다는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미국 재생에너지연구소에서도 세계 최고 효율 25.73%를 기록했다는 공인을 받은 성과다.

지난해 11월에는 이태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페로브스카이트 디스플레이 발광 소자의 효율을 이론상 최대 가능한 수준인 28.9%로 끌어올렸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석 교수와 이 교수 모두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는 평가다.

석 교수와 이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소재가 주목받던 2010년 초반부터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지속적으로 연구성과를 발표해왔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일찍이 벤처를 창업했지만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에 비해선 벤처의 성장 속도가 더디다. 상용화를 위한 연구에 필요한 비용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진행된 투자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석 교수팀이 2016년 설립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벤처 ‘프런티어에너지솔루션’은 지금까지 총 3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태양전지 상용화 연구에 필요한 대규모 장비나 부품을 구매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반면 미국 스탠퍼드대와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공동 연구팀이 창업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벤처 ‘스위프트솔라’는 지금까지 1000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프런티어에너지솔루션의 투자 규모가 3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페로브스카이트 디스플레이 분야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교수팀이 2020년 설립한 페로브스카이트 디스플레이 벤처 ‘에스엔디스플레이’는 2014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관련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수 억원의 초기 투자금만을 확보한 상태다. 페로브스카이트 기술을 연구하는 헨리 스네이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와 리처드 프렌드 미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공동 창업한 벤처 ‘헬리오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첫 투자 유치에서만 50억원을 모았다. 이들이 설립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벤처 ‘옥스퍼드PV’도 2019년에만 1185억원을 투자받았다.

벤처 창업 당사자인 석 교수와 이 교수는 투자 금액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보다 더 큰 고민은 인력 수급이라고 입을 모았다. 석상일 교수는 “교수 창업 벤처의 경우 아무래도 규모가 작다 보니 큰 회사를 선호하는 우수한 학생들을 끌어들이기가 어렵다”며 “외국의 경우 아이비리그대 학생들도 기술력 있는 교수 창업 스타트업에 스스럼 없이 지원하는 모습을 보면 부러운 마음도 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태우 교수는 정부와 산업계가 원천특허를 확보하고 기술력 있는 벤처에 힘을 실어줘야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돌파구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업화 전단계 연구에는 많은 인적 자원이 필요한데 인력을 구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면서 “작은 회사가 세계를 주도하는 연구 결과를 내더라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전환되기 위해선 정부와 산업계의 큰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연기자 hesse@donga.com


<출처>, 동아사이언스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58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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